실제로 왕위에 즉위하지 못했지만, 훙서(薨逝) 후에 묘호(廟號)가 올려진 조선의 추존왕(追尊王)은 모두 9명이다. 추존왕(追尊王)들은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세자의 신분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거나,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왕의 아버지, 그리고 태조의 4대 선조 목조, 익조, 도조, 환조이다. 태묘(太廟)에 신위를 모셔서 왕위에 오른 왕과 똑같은 대우를 했다. 왕릉의 능제에 맞게 규모를 키우거나 석물을 추가하여 능도 더욱 위엄을 갖추게 되었다.
삼촌의 왕위를 계승한 성종의 아버지 덕종(德宗)은 세조의 맏아들로 의경세자에 봉해졌다. 그러나 세자로 책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20세의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동생인 예종이 세조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으나 예종 역시 1년 남짓한 재위 기간을 채운 뒤 병사하였다. 의경세자에게는 월산대군과 잘산군 두 아들이 있었는데, 대비는 둘째 아들인 잘산군으로 하여금 예종의 뒤를 잇게 하였고, 그가 9대 왕인 성종이다. 성종이 왕위에 오른 뒤 의경세자는 덕종으로 추존되었다.
반정을 통해 왕위에 오른 인조의 아버지 원종(元宗)은 선조의 다섯째 아들로 1587년 정원군에 봉해졌으며, 4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세상을 떠난 지 4년 후, 아들인 능양군이 반정 세력의 추대를 받아 조선 16대 왕 인조로 즉위하자 정원대원군으로 추존되었으며, 9년 후 원종으로 추존되었다. 인조는 반정을 통해 왕위에 올랐고 선왕인 광조가 폐위된 터라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버지를 왕으로 세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동생의 아들로 인해 추존된 진종(眞宗)은 영조의 맏아들로 1719년 태어나 1724년 경의군에 봉해졌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 세자로 책봉되었다. 그러나 10세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효장세자로 봉해졌다. 후에 그의 이복동생인 사도세자가 왕세자가 되었으나 그마저 즉위하지 못하고 죽자, 사도세자의 아들이 22대 임금 정조로 즉위하였다. 정조는 영조의 유언에 따라 효장세자의 양아들로 입적되고, 효장세자를 진종으로 추존하였다. 1899년 고조 광무제가 대한제국 황제로 등극하면서 진종소황제로 추존되었다.
비극적 죽음을 맞았던 정조의 친아버지 장조(莊祖)는 형인 효장세자가 죽자 1736년 세자로 책봉된 후 대리청정을 하는 등 활발한 정치활동을 벌였으나, 왕위에 오르지 못한 채 1762년 28세의 나이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1776년 아들인 정조가 즉위한 후 그를 장헌세자로 추존하였으며, 1899년 고조 광무제가 대한제국 1대 황제로 등극하면서 장조의황제로 추존되었다.
헌종의 아버지 문조는 순조의 아들로 태어난 지 3년만인 1812년(순조 12)에 세자로 책봉되었다. 1827년(순조 27)에는 순조를 대신하여 대리청정을 하였으나 아버지인 순조보다 일찍 세상을 떠나 1830년 효명세자로 추존되였다. 1834년에는 아들인 헌종이 즉위하면서 익종(翼宗)으로 추존되었고, 1899년 고조 광무제가 대한제국 황제로 등극하면서 문조익황제로 추존되었다.
김민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