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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도면

오르막내리막 2015. 4. 27. 21:00

"죽은 설계도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인터뷰]조현 쌍용건설 토목사업본부 상무…'토목에 입체설계 국내 첫 시도'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입력 : 2011.05.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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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설계도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평면에 그려진 난해한 설계도면이 그의 손을 거치면 3차원으로 입체화돼 생명을 얻는다. 쌍용건설 토목사업본부 조현 상무(사진)는 설계도에 숨을 불어넣는데 최고 전문가다. 죽은 설계도를 살려내는 조 상무의 '심폐소생' 실력은 토목에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을 도입하면서 빛이 났다.

BIM은 기존의 평면설계(CAD) 방식을 입체(3D)화한 것이다. BIM을 도입하면 건설 전 과정의 정보를 미리 검토해 최적의 공법을 적용할 수 있고 공사 중에도 설계 변경이 가능할 뿐 아니라 실시간 오류 체크도 가능해 공사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다. 건축 설계는 BIM 도입이 보편화됐지만 토목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토목공사는 그 길이만 수십킬로미터에 달하는 게 일반적이고 공사종류(공종)도 워낙 많아 모든 건축 자재를 데이터화하기가 매우 어렵다. 건축처럼 철근이나 전선배관 등 그동안 데이터로 축적된 게 대부분인 경우 수치를 입력하면 3차원으로 입체화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토목은 공종에 흙이나 물과 같은 데이터로 만들기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다.

"밑에서 위로 뻗은 건축을 옆으로 누이면 토목과 같다는 생각으로 BIM을 도입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고정관념을 깬 셈이죠. 내년부터 국내에서도 건축설계 BIM 도입이 의무화되고 앞으로 토목분야에도 BIM을 적용하는 건 세계적 추세여서 국내 토목설계 기술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고 있어요."

그는 3차원에 그치지 않고 진화를 거듭했다. 공사기간을 예측하도록 시간 개념을 넣은 4D, 공정에 내역을 접목시켜 시간에 따른 공사비와 물량 산출이 가능하고 공사의 안전까지 관리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을 완벽히 구현한 5D 설계를 구축했다. 특히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현실에 투입하면 말풍선이 나와 안전 사항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죽은 설계도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BIM 설계에서 아바타를 활용한 안전검사.

이를 위해 산업안전공단이 제시한 위험기준을 근거로 1900여가지에 달하는 '공정별위험요인도출모델'을 만들었고 그 결과 쌍용건설은 지난해 중대 재해 '제로(ZERO)'를 달성했다. 쌍용건설은 호남고속철도 4-2 현장과 부산지하철 1호선 5공구 현장에 BIM을 추진하고 있다.

조 상무는 토목건축에 BIM을 도입하면 무엇보다 친환경적이라고 강조했다.

"평면 설계도에서 곡선부분을 BIM으로 입체화시키면 각 면의 간섭과 충돌현상 때문에 철근이 밖으로 삐져나오는 현상이 많은데 시뮬레이션으로 사전 점검할 경우 철근을 7~8% 절감할 수 있죠. 여기에 공사기간을 단축시켜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고 도로공사 중 터널을 뚫을 때 생기는 흙과 바위의 양을 예상해 다음 공사에 재활용할 수 있는지를 미리 계산하면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흙과 돌의 양을 데이터화한 '토공유동계획시스템'을 특허출원했다. 그는 "흙도 무른 게 있고 단단한 게 있어서 이걸 다 수치화해서 입력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이래서 토목의 BIM 도입이 어려운 이유기도 하지만 이 작업을 하지 않으면 BIM은 영화의 컴퓨터그래픽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했다.

BIM을 도입하면 정보를 축적시킬 수 있고 공유화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그는 다소 엉뚱하게도 와인과 막걸리의 예를 들며 BIM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요즘 와인을 즐겨먹습니다. 수많은 품종에 따른 맛을 분석하고 이를 이야기로 만들어낸 거죠. 알고 맛을 보면 즐겁더라고요. 일본의 사케도 마찬가지죠. 이런 시각에서 보면 막걸리는 정보의 공유화와 축적이 안 돼 있어요. 대가 끊겨서 일수도 있고, 장인정신 같은 게 부족한 거죠. BIM 설계 역시 장인정신을 갖고 정보를 축적하고 공유하면서 건설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마케팅의 기술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