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가진 임금 '철종' 사랑을 잃은 남자허수아비 임금 14년 삶·애환 그려
첫사랑 ‘양순’ 그리움·슬픔 이야기
이수영
|  | | ▲ 임금님의 첫사랑
신봉승(강릉) 지음 | ‘철종은 양순의 죽음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평생의 동반이 되고자 맹세하였던 여인, 그녀를 가까이로 부를 수 있는 권력까지 갖추고 있으면서도 실상은 아무 것도 해 주지 못한 통한이 철종의 가슴에 응어리져 있다.’(‘사랑도 미련도’ 중)‘조선왕조 500년’의 극작가 신봉승(강릉)씨가 역사소설 ‘임금님의 첫사랑’(출판사 선·전 2권)을 펴냈다. 책은 정사를 바탕으로 풀어낸 ‘강화도령’ 철종의 이야기다. 더벅머리 나무꾼 총각으로 용상에 올라 강화섬과 첫사랑을 그리워하다 짧은 생애를 마친 조선의 25대 왕 철종을 만날 수 있다. 장김이라는 척족에 의해 임금의 자리에 오르지만 경륜과 학문이 부족해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던 임금 철종. 순조 때부터 시작된 안동 김씨 일문의 세도정치 아래에서 철종이 해야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작가는 탁월한 식견과 드라마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역사의 행간을 찾아 철종의 생애를 그려냈다. 어릴 때 강화도에서 궁핍한 생활을 하던 원범은 착한 양순을 만나 사랑에 눈뜨게 된다. 원범이 임금이 되어서도 강화섬과 양순을 그리워하자, 순원왕후의 윤허로 양순은 궁으로 불러들여진다. 하지만 중전을 맞이하면서 두 사람은 다시 헤어지게 된다. 한편 철종은 왕권을 세우려 하지만, 장김 일족의 세도가 왕명으로 뒤집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좌절하는데…. 소설은 이 같은 철종의 고민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철종의 하루하루는 고통의 연속이다. 겉으로는 군왕의 책무를 포기하고 주색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어도 세상 돌아가는 일들이 뒤틀리고 있음을 모를 까닭이 없다. 상소문을 읽을 수 있는 눈이 있고, 그 많은 내시와 상궁들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귀가 뚫려 있었기 때문이다.’(‘반전의 기미’중)추락한 왕권에 대한 회의감은 외척의 두령 격인 영의정 김좌근으로부터 “강화도로 거동하심은 백성의 빈축을 자초하는 일”이라는 충고를 받는 장면에서 극에 달한다. 철종은 김좌근에게 마음속에 품고 있던 노기를 토해낸다. “영상, 경은 정녕 과인에게 그런 말밖에 할 말이 없소? 과인이 그동안 경의 꼭두각시로 살아왔는데…, 내 정인이 죽었다면 그 애통함을 먼저 입에 담는 것이 신하된 도리이거늘, 말의 앞뒤를 가리지 못하시다니요. 끝까지 내가 가겠다면 어찌하시겠소. 어서 대답해보시요!”원치 않았던 임금의 자리에 올라 그렇게 허수아비 임금노릇을 하다가 결국 재위 14년, 춘천 33세의 왕성한 나이에 강화섬을 그리며, 첫 사랑 양순을 그리며 생애를 마치게 된다. |  | | ▲ 철종 어진도. | 저자는 ‘철종실록’을 읽으며 ‘강화도령’이라 불리는 열아홉 나무꾼 총각을 14년이라는 짧지 않은 동안 임금의 자리에 앉혀놓으면 어떻게 돌지를 물어본다. “임금 노릇을 그만둘 때도 처음 임금의 자리에 오를 때와 똑같은 나무꾼 총각이겠는가라는 의문이 있다면 서슴없이 그렇지 않다고 답하겠다”라고 저자는 말한다.저자는 “‘철종행장기’에서 ‘성군의 자질이 보였다’는 좌의정 조두순의 언급을 통해 철종이 임금의 자리에 있었던 동안 완전히 죽어지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고 꼭 뭔가가 있었을 것 같은데 도무지 알 길이 없으므로, 기록의 행간을 읽어보고자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밝혔다.1933년 강릉에서 태어난 신봉승 작가는 강릉사범학교와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대문학’에 시·문학평론을 추천받아 문단에 나왔다. 한양대·동국대·경희대 강사,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회장, 대종상·청룡상 심사위원장, 공연윤리위원회 부위원장, 1999년 강원국제관광EXPO 총감독 등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추계영상문예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방송대상, 대한민국예술원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고,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저서로는‘대하소설 조선왕조 5백년’(전 48권), ‘소설 한명회’(전 7권), ‘이동인의 나라’ 등의 역사소설과 시집 ‘초당동 소나무 떼’, ‘초당동 아라리’외 ‘TV드라마·시나리오창작의 길라잡이’ 등 다수가 있다. 이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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